일을 하다 보면 과정이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반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정이 중요한 부분과 결과가 중요한 부분이 서로 다르달까... 예컨대 난 지금 한국학과 어학 선생님인데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수업 자료 만들고 PPT도 깨알같이 열심히 수정하고 도움되는 예시가 뭐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인 설명일까 이런 것도 많이 고민하고 까다로운 수업이나 설명이면 대본도 준비하고.. 그래봤자 어떤 날은 수업 끝나고 나서 이불 팡팡 차고 싶은 기분이 들지만... 어쨌든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사실 내가 열심히 준비했다고 해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그걸 알아줄 필요는 없는 거다. 아 물론 알아주면 고맙지만 사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이해가 잘 되고 효율적인 수업일 뿐. 내가 10시간 엄청 열심히 준비하고 구글링하고 온갖 책 다 뒤지고 막 그렇게 해가지구 한 70% 효율의 수업을 하는 것보다 10분 준비했어도 95% 효율의 수업을 하는 게 학생들에게는 확실히 더 좋은 것이지. 그러니까 그들에게 있어서는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안 중요하고 결과가 중요한 것이야. 그치만 나로서는 어쨌든 일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수업을 준비해야 하고 또 어쨌든 내가 내 노력과 능력을 100%에 가까이 사용해서 수업을 준비할수록 후회가 남지 않는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수업을 잘 했다? 완전 기분 좋고 수업 좀 망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그래... 이게 나의 최선이었어... 또 하나 배웠습니다.... 이렇게 되는 것이지 만약 준비 완전 날림으로 하면 잘 해도 뭔가 아 이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운이었어;;라는 찜찜함이 남고 못 하면... 더 이상의 말은 생략.... 쨌든 그러니까 그런 측면에서 나에게는 수업의 결과가 물론 중요하지만 과정이 충실할 경우 결과는 그냥 하늘에 맡길 수 있달까.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아 물론 오늘은 낮에 너무 피곤해서 그냥 젤리 줏어먹고 산책하고 좀 졸다가 이제서야 내일 수업 PPT 다듬고 있는 1ㅅ으로서 좀 부끄럽긴 하지만.. 애니웨이 어쨌든 난 학교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고 있는 그리고 우리 학생들의 유이ㅋㅋ한 원어민 선생님으로서 그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이 노력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그런 것... 그러니까 내가 이 수업을 어떻게 준비했는데!!! 니들이 감히 졸아!!!!!!!!!!!! 이런 생각 할 필요도 없고 학생들은 나의 노력을 1도 몰라줘도 그런 데서 보상을 찾고자 하는 기대를 할 필요도 없고 뭔가 좀 분리를 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PPT에 그냥 해상도 낮은 사진 써도 되고 폰트 좀 왔다갔다 해도 되고 예시가 뭔가 애매해도 그냥 놔둬도 되는데 어차피 애들 아무도 모르거나 그냥 신경 안 쓰고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는데 그거 하나하나 뜯어고치고 있는 거는 나의 만족을 위한 거잖아.ㅋㅋㅋㅋㅋㅋ 타핳 쨌든 과정도 중요하고 결과도 중요한데 중요해지는 지점이 좀 다르구... 행복하게 일하고 잘 가르치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쓰다 보니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 다시 PPT 만지러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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