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기침과 콧물과 두통으로 인해 며칠째 내 눈 밑은 시커멓다. 긴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거의 바로 감기에 걸려버렸고 이젠 아무렇게나 있어도 낫는 나이가 아니라는 남편의 걱정처럼 꽤 오래 이 감기가 가고 있다.. 사실 아무렇게나 있었던 것도 아닌데. 포트까지 사서 기침차를 계속 마셨고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붓고 안고 있고 난방비 걱정을 잠시 접고 난방을 4까지 올리고 침대에 누워 쉬었고 엄청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하고 물도 마시고 타이레놀도 먹었지만 아직도 식은땀이 나고 목소리가 이상하고 오른쪽 머리가 쑤시다. 오늘 드디어 약을 사 먹었고 다가올 운명을 기다리는 것처럼 약으로 인한 졸림을 기다리며 누워 있었지만 잠이 안 드네. 내일은 신년 전야, 모레는 1월 1일이라 마트가 문을 닫으므로 뭔가 제대로 해 먹고 날 돌보기 위해서는 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하는데... 평소엔 먹지도 않는 Magnum 아몬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자다 깨서 목이 쓰린데 힘이 없어서 물병을 열 수 없었을 때 그리고 이렇게 아픈데 마트에 가야 하고 뭔가 통닭(난 구운 통닭이 보양식으로 여겨진다...?_? 엄청 아플 때 종종 굽네 오리지널을 시켜 먹고는 했다) 같은 걸 배달시킬 곳이 없고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고 요리를 하지 않으면 날 위한 무언가를 먹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때. 혼자 사는 게 서글픈 느낌이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 아기가 생기면 이렇게 아픈데도 아기는 밥을 기다리고 놀고 싶어하고 운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처럼 하루종일 누워 쉴 수 있을 때가 복에 겨운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수업이 없고 아무 일정이 없는 크리스마스 방학이기에 앓아 누워도 원하는 만큼 푹 쉴 수 있다. 아프다지만 아픈 채로 영국에서도 좋은 시간 보냈구 겨울왕국도 두 번이나 봤고 슈투트가르트 크리스마스 마켓도 다녀왔다. 2020년에는 감기가 나아서 부디 방학이 끝나기 전에 혼자 카페 가기, Botanischer Garten 산책, 10번 타고 Österberg 산책, 그리고 1-2월 진도 따라잡기를 이룩하고 싶다. 남편이 보고 싶고 머리가 아프지만 모든 것이 정말로 감사하다. 그리고 다가 올 새해에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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