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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music archive

사랑의 슬픔 Liebesleid

좀 적나라한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아기를 신생아중환자실에 보내놓고 난 회음부 통증이 심해서 아프더라도 하루에 2-3번 정도는 꾸준히 좌욕을 했다. (아팠다....) 조리원에 있는 좌욕기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 나왔는데 난 멍하니 그 음악을 들으며 울적한 기분과 통증을 느끼고는 했다. 그런데 처음에 나오는 음악이 들을수록 너무 좋은 거였다... 근데 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클래식이라 허밍으로 찾는 것도 잘 안 되고 도대체 음악의 제목을 알 수가 없었다. 난 조리원에 2주 있고 퇴소해야 하는데 그 전에 꼭! 제목을 알고 싶다는 이상한 집착이 생겨서 갖은 수로 찾으려고 애를 썼다. 계이름으로도 찾아보고 여러 가지 키워드로 검색도 해 보고 음악 검색 켜서 좌욕기에 갖다대 보고 ㅋㅋ ㅠㅠ 심지어 좌욕기회사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봄... 나름 검색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절대 찾아지지가 않아서 '유명한 곡일 테니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하고서는 포기하고 조리원을 나왔다.
 
근데 그 언젠가가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왔다. 밤중에 아기를 거실에 눕혀 두고 주황색 불만 켜놓고 남편이랑 나랑 각자 번갈아가며 음악을 틀면서 우리 아기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핸드폰에서 그 음악이 흘러나왔다! 남편이 직접 튼 건 아니고 유튜브뮤직이 자동으로 다음 트랙을 틀어준 건데(유튜브뮤직 잘했습니다 짝짝짝) 난 흥분해서 빨리 제목을 알려달라고 빨리 그 화면 캡처해서 나한테 보내라고 난리를 쳤다ㅋㅋ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Liebesleid)'이었고 아주 유명한 짝꿍인 사랑의 기쁨(Liebesfreud)도 있더라. 사랑의 기쁨은 정말 귀에 익숙하던데 왜 사랑의 슬픔은 몰랐지. 우리 아기 태명이 Liebe였는데 Liebe가 중환자실에 있어 울적해 있는 동안 들은 노래니 Liebesleid가 맞기도 하다. 여튼 예상보다 빨리 이 음악을 찾게 되었다는 해피 엔딩이었다.
 
https://youtu.be/tBuXJKyDgNg?si=H1UhyQertjFJHf7S

사족 - 이 버전을 좋게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였다. 몇 년 전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무상한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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