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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출산

리베 낳을 때는 50일 지나고서야 출산 후기를 쓸 수 있었는데 여울이는 둘째라 그런가 조리원에 같이 있어서 그런가 ㅎㅎ 이렇게 금방 출산 후기를 남기고 있다. 여울이를 낳고 나니 이제 내 인생의 출산은 이게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어서 잊어버리기 전에 출산 후기를 남겨놓고 싶었다. 근데 리베 때와는 달리 벌써 많이 잊어버린 느낌이다.. 이번 출산의 과정이 뭔가 지지부진했어서 그랬나 보다.

 

1. 출산 전

 

이번에도 우리 애기는 출산예정일이 다 되도록 아무런 기미가 없었고... 출산 준비를 한다든지 리베랑 같이 시간을 보낸다든지 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도대체 언제 나오려나 싶은 기다림에 좀 지치기는 했다. 교회 분들도 '이번 주도 또 왔느냐!' 하시기도 하고 ㅋㅋ 사순절에 낳을 줄 알았는데 부활절 예배까지도 평소와 다름없이 드릴 수 있었다. 뭐.. 리베랑 같이 부활절 예배 드린 것도 좋았고, 휘목께 인사도 드릴 수 있었고, 너무너무 예쁜 벚꽃을 보며 꽃놀이도 해서 그런 점이 아주 고맙기도 했다.

 

예정일이 4월 5일이고 마지막 정기 검진이 4월 3일이라 검진날 유도분만 날짜를 잡을 줄 알았는데, 선생님께서 아기가 아직 3kg가 안 되니 살코기 많이 먹고 아기 조금만 더 키워서 4월 7일에 입원을 하자고 권해 주셨다. 원래는 예정일 넘기지 않고 아기 낳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좀 의외였고, 또 난 이미 17kg이 늘었는데(ㅠ_ㅠ) 아기가 생각보다 안 컸다니 약간 걱정도 됐다. 그래서 원래는 검진 끝나고 떡볶이 먹으려고 했는데 징거버거 먹으러 갔다... 예정일 넘도록 감감무소식인 거, 생각보다 엄마 뱃속에서 많이 안 커져서 막판에 살코기 먹어야 했던 것도 리베랑 같아서 그 와중에 좀 웃겼다.

 

2. 출산 

 

혹시? 혹시 진통 오나? 이거 배 아픈 건가? 입원 전날까지 그렇게 설레발을 쳤지만 아니었고... 리베 때랑 똑같이 치즈크러스트 피자 먹고 (+바리스타룰스) 아침 8시에 입원하러 갔다. 첫째 낳을 때는 어느 정도 진통이 와서 남편 차 타고 같이 병원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남편은 리베 등원시키고 나는 혼자 버스 타고 병원 가서 입원했다. 이것이 둘째 출산인가! 날씨도 좋아서 노래 들으며 씩씩하게 병원으로 갔다. 옷 갈아입고 서류 작성하고 수액 꽂고 태동 검사기 달고 관장하고(->이때 남편이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하핫)... 그러고 있다 보니 10시 좀 넘어서 남편도 왔다. 

 

촉진제를 맞고 있긴 했지만 딱히 진통이 오지는 않았는데 마취과 선생님이 오셔서 둘째라 진행이 빠를 수 있으니 무통 주사를 먼저 맞자고 하셔서 얼떨결에 아프지도 않은데 무통 주사를 맞게 되었다. 첫째 때는 진통이 오는 와중에 무통을 맞아서 좀 무섭기도 하고 자세도 불편했는데 이번에는 무섭진 않았고 대신 주사 방향 조정 같은 게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나중에 듣기로는 바늘을 좀 아래쪽에 꽂으셨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이번 출산 때는 내내 다리가 저리고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ㅠ_ㅠ

 

여튼 그렇게 무통을 맞고 진통을 기다리는데.. 중간중간 조금씩 배가 아팠다 말았다 하긴 했지만 대체로 진통 오는 느낌 없이 잠잠했고, 똑바로 누워 있으니 안 그래도 임신 기간 내내 아프던 허리만 너무 아팠다. 그것도 돌아누우면 괜찮아졌는데, 수축 오는지 확인하려면 똑바로 누워 있어야 해서 그게 약간 고역이었다. 속절없는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가고... 갈수록 다리 저림 + 허리 아픔 + 불편함 + 오지 않는 진통을 기다림...으로 지쳐가는 느낌이었다. 마취과 선생님도 아기 빨리 낳을 수도 있다 그러셨고, 아예 우리 어머님은 한 오후 2시 되면 낳겠다고 과감한 예측을 하셨는데ㅋㅋ 내진을 해 봐도 처음에는 1.5cm, 몇 시간 지났는데 2.5cm, 또 좀 이따가는 3cm... 이렇게 자궁도 생각보다 잘 안 열리고 전반적으로 진행이 느렸다. (아 이건 다른 얘기인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난 내진이 하나도 안 아팠다. 확실히 사람마다 아프다고 느끼는 부분이 다른가 보다) 무통을 너무 일찍 맞고 있어서 진행이 느렸을까? 난 애기가 너무 빨리 나와서 입원 기념 사진(?) 찍을 시간도 없을까 봐 남편 오자마자 냅다 사진부터 찍어달라고 했는데 ㅋㅋ 오후까지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무통 때문에 다리에 아예 감각이 없다는 걸 인지 못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 가다가 와장창 넘어지는 바람에 남편도 엄청 놀라고 옆방에 계시던 간호사 선생님도 뛰어오시는 사건(?)이 있었는데, 다리에 이렇게 감각이 없으니 애기 내려오는 운동도 하면 안 되겠다고 누워만 있으라고 하셨다. 으앙...

 

4시 좀 넘어 선생님께서 내진을 해 보시고, 아직도 한 4cm 정도만 열렸다고 진행이 느리니 양수를 터뜨리자고 하셨다. 리베 때 양수 터뜨린 다음부터 이전과 차원이 다른 고통이 왔던 기억이 나서 좀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양수 터지면 진행이 좀 빨리 되겠지? 하는 희망도 있었다... 그렇지만... 거짓말 같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면 마치 물병에서 물이 쏟아지듯이 양수가 주르륵 콸콸 흘러나와서 당황스러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통이 느껴지거나 수축이 오지는 않았다. 양수가 점점 줄어들면 여울이도 불편할 텐데 싶어서 빨리 진통 와서 출산을 하고 싶은 심경이었다.ㅠ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출산 직전에 얼마나 아픈지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기 때문에.. 빨리 진통 왔으면 좋겠다는 게 맞나.. 싶기도 했음)

 

리베가 아침 8시 반에 입원하고 저녁 6시 41분에 태어났는데 우리 여울이는 7시 넘어서까지 별 낌새가 없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진행이 느리니 무통을 끄자고 하셔서 무통을 멈췄는데, 이때가 분기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지지부진할 거였으면 진작에 무통을 꺼 달라고 할걸 그랬다. 어차피 통증이 있어서 무통을 맞은 것도 아니었고, 무통 달아달라고 내가 먼저 요청한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 오래 무통을 달고 있었던 것도 같다) 무통을 끄자 이내 규칙적인 진통이 꽤 짧은 주기로 왔고, 남편 손을 꽉 잡고 호흡을 해야 겨우 견뎌질 만큼 아파졌다. 조금 뒤 내진을 해 보니 8cm가 열렸다고 하시면서 이 정도면 낳을 수 있겠다고 분만 준비를 하셨다.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막판에 급속도로 진행이 되었다. 아플 때마다 힘을 주라고 하셨는데 아침 6시 40분에 피자 한 조각이랑 커피 한 잔 마시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던 터라 너무 힘이 안 들어갔다.ㅠㅠ 첫째 때는 진통이 올 때 힘을 주었다가 진통이 사라지면 조금 쉬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빨리 진행이 되어서 그랬는지 힘 주는 동안 진통이 사라지는 타이밍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아 정말... 정말정말 너무 아팠다....... 지금 벌써 또 가물가물한데 그때는 진짜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숨을 참고 아래로 힘을 주라고 하시는데 숨을 못 쉬어서도 죽을 거 같고 아파서도 죽을 거 같고 ㅠㅠ 이제 거의 다 됐다고 하는데 내가 힘을 못 줘서 아기가 끼어서 못 나오고 있었다 ㅠㅠ 근데 어떻게든 힘을 줘야 이 고통이 끝나고 우리 아기도 나온다는 생각에 젖먹던 힘까지 다해 힘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저녁 8시 18분에 여울이가 태어났다. 여울이가 태어나는 순간 미끄럽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쑤욱 빠지는 느낌이 들면서 고통이 훅 사라졌다. 여울이를 내 가슴 위에 올려 주셨는데, 따뜻하고 생각보다 묵직했다. 나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남편이 찍어놓은 비디오를 보니 선생님께서 아기가 힘들게 나와서 일단 신생아실에 데려가서 체크를 해 보겠다고 하고 계셨다. 내가 좀 더 힘을 냈어야 하는데 여울이 미안해 ㅠㅠ 그래도 진통이 오고 한 시간이 안 되어 여울이를 낳을 수 있었다. 여울이는 신생아실로 가고 선생님이 태반 빼내고 후처치를 해 주셨는데 태반이 나올 때는 너무 시원했고 후처치도 금방 끝났다.

 

3. 출산 후

 

리베 때는 나도 상처가 심해서 후처치가 오래 걸리고, 우리 리베도 빈호흡 때문에 결국 밤에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 여울이 때는 후처치 끝나고 이내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여울이가 깨끗하게 닦여서 모자까지 쓰고 분만실로 왔는데, 같은 병원에서 아기를 두 번째 낳았지만 처음 경험해 보는 거라 나도 남편도 우와우와 했다.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께서 손가락, 발가락 체크해 주시고 여울이랑 우리 사진도 찍어 주셨다. 

 

지지부진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아기를 낳았다는 후련함을 갖고 입원실로 가서 늦은 저녁을 엄청 맛있게 먹고(시간이 늦어서 저녁 식사 안 주실까 봐 전전긍긍했는데 ㅋㅋ 밥 주셔서 최고로 행복) 잠자리에 들었다. 습관처럼 돌아누우려다가 아 이제 내 배에 애기가 없지, 싶어서 좀 낯설기도 했고 태동이 없어진 것도 어색하고... 출산이라는 큰 일을 겪고 나니 왠지 잠이 잘 오지 않아 밤새 뒤척거렸다. 다음날 면회 시간에 신생아실로 내려가서 여울이를 보니 귀엽고 신기했다. 남편이랑 나는 NICU 면회만 해보고(ㅠ_ㅠ) 신생아실 면회도 처음 해 봐서 또 우와우와 했다. ㅎㅎ

 

드디어 우리 가족이 넷이 되었다. 여울이랑은 좀 더 친해질 시간이 필요할 거 같지만, 너무 귀엽고 작고 젖냄새가 폴폴 나서 사랑스럽다. 그리고 정말... 리베 때에 비해 여울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맘이 편하다ㅋㅋ 리베 때는 조리원에서 막 어쩔 줄을 모르고 신생아실 선생님 부르고 이랬던 거 같은데 여울이가 울면 음~ 맘마? 기저귀? 아니면 안아줄게~ 이렇게 여유를 부리게 되었다 ㅋㅋ 리베가 여울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리베랑 여울이가 집에서 어떻게 공존(?)할지 잘 그려지지 않지만... 그래도 앞으로 우리 가족이 함께할 날이 아주 기대된다! 우리 가족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