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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임신 말기 나날들

'후기'라고 할까 '말기'라고 할까 생각했었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후기와 말기가 각각 이렇게 설명되어 있었다.

 

후기: 일정 기간을 둘이나 셋으로 나누었을 때의 맨 뒤 기간.

말기: 정해진 기간이나 일의 끝이 되는 때나 시기.

 

그렇다면 내가 체감하는 이 기간은 '말기'가 맞다. 오늘로서 예정일까지 16일 남았고 사실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이므로... 이제는 정말 임신 기간이 끝나가는 게 느껴진다.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한 기간이었는데 이 시기가 끝나간다니 아쉽다. 이 시기의 끝은 곧 출산과 육아의 시작을 의미하기에 더욱 안 끝났으면 좋겠기도 한 것 같고.😌 말기를 보내며 요즘의 생활 이모저모를 간단히 기록해 본다.

 

- 수료식이 끝나고 자잘하지만 신경쓰이는 학교 일들도 마무리되고 설 연휴와 방학이 이어지면서 비로소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되었다. 아무래도 일할 때는 다음 날 수업 준비와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우선이어서 다른 걸 할 심적 여유가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종강한 지 며칠만에 내가 언제 매일 수업을 했냐는 듯이 ㅎㅎ 수업 준비는 잊혀지고 출산과 아기 맞이를 준비하는 것이 하루의 주요 과업 - 사실상 유일한 과업이 되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난 특히 힘든 거 같은데(핑계지만 그래서 난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 못한다.ㅠㅠ) 복직했을 때가 벌써 조금 걱정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 요 며칠간 중점적으로 한 일은: 아기 낳으러 갈 때 들고 갈 가방 싸기, 아기 물건 받아오기, 아기 물건 쇼핑하기, 집안 공간 재배치하기(+계획하기), 무엇보다도 빨래!!!이다. 육아 어플 커뮤니티 같은 데 보면 다들 나보다 두 달은 빨리 빨래도 시작하고 아기방도 꾸미고 해서 마음이 조급해졌었는데 어쨌든 난 학기 중에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종강하고서야 빨래를 좀 시작해 보았다. 손빨래는 애초에 생각도 안 했고 세탁기와 건조대, 건조기(<-요즘 내 마음속 1위 가전)가 다 해주는 터라 생각보다는 할 만한데 역시 몸이 무겁고 아파서 힘든 게 크고 또 하도 이런저런 정보가 넘쳐나는 게 내게는 문제다.ㅎㅎ 뭐 세 번을 빨아서 자연 건조를 하고 먼지를 어떻게 털고 물 온도는 어때야 하고 세제는 뭐를 쓰고... 아기 키우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 안 그래도 이런 일에는 귀도 얇아서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낑낑대며 쫓아가야 된다는 느낌이 드는데 결국은 시간 없음 + 귀찮음 + 나 어릴 땐 이런 거 안 해도 다 알아서 잘 컸는데~ 라는 안일함으로 대강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거즈 손수건 두 번, 면 손수건 세 번 빤 것도 나에게는 엄청난 일이었어... 결정적으로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역류방지쿠션 커버를 빨려고 세탁 방법을 찾아보다가 쿠션 본체까지 빨아서 자연 건조하고 솜을 두드리고 뭐 어떻게 한다는 글들을 보고 깨끗이 마음을 접었다. 나 진짜 그렇게는 못해. 그리고 준비하다 다 못 해도 나 조리원에 있는 2주 동안 남편이 나머지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층 편해졌다.

 

- 이제 남은 과업 중 큰 산은 젖병 소독과 각종 아기 물건 소독, 세척이다. 주변 분들이 워낙 아기 물건을 많이 물려주시기도 하고 사 주시기도 하셔서 남편 컴퓨터 방이 그냥 아기 소굴ㅋㅋ이 되었는데 일단 당장 쓸 것들만 좀 정리를 해야겠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출산, 육아에 요긴한 물건들을 워낙 많이 물려받아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아기 키우는 데 뭐가 필요한지 공부도 되고. 마음을 써 주시는 분들이 많아 정말 감사하네.

 

- 여튼 리베는 내가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칠 때까지 좀 기다려 주었다가 3월에 나와 주면 좋겠다. 2월보다는 3월생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우리 리베가 마른 아기이기도 하고... 또 2년간 방학이 거의 없는 삶을 살다가 이제서야 좀 어디 안 나가고 쉬고 있는데 이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기도 하고... 준비할 것도 아직 많고... 아기가 나오면 못 먹을 맛있는 것도 더 먹고 싶고... 알겠지요 리베 씨. 요즘 밤마다 리베가 주수 다 채우고 예정일 즈음 나오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뭐... 결국 리베 씨가 나오고 싶을 때 나오겠지요.

 

- 내 몸 상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앞의 흐름과 좀 결이 안 맞네. 그래도 덧붙여 보자면 하루가 다르게 배가 커져서 앉았다 일어날 때, 누울 때, 누웠다 일어날 때, 누워서 몸을 뒤척일 때, 몸을 구부려야 할 때 정말 으악 소리가 절로 나게 허리가 아프고 몸이 무겁다. 조금만 뭘 하면 배가 딱딱해지고 조여서 쉬어주어야 하고 걸음걸이는 더욱 펭귄같아졌다. 어떤 때는 너무 새삼스럽게 에엥? 나 배가 왜 이렇게 동그랗게 나왔지? 하는 생각이 든다ㅋㅋㅋ 체구가 큰 편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작고 마른 사람들이나 쌍둥이 임신한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이 기간을 보냈는지 존경스럽다.ㅜㅜ 이렇게 몸이 힘드니 임신 후기에는 다들 빨리 아기가 나왔으면 좋다고 하는구나... 싶다. 그래도 우리 리베는 조금만 천천히 나와주세용. 이 시간이 끝나는 게 아쉬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