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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 세 권과 함께 들은 한 곡의 음악

Thanks to 숯고을작은도서관.

<믜리도 괴리도 없이>
대학 시절 좋아하던 작가의 안 읽은 책이 있어 집어와 봤는데 세월의 흐름이 우리를 어긋나게 한 건지 작가가 나이가 든 건지 내가 변한 건지 거의 모든 작품이 읽고 나서 조금은 개운치 않고 찜찜했다. 그치만 역시 이야기꾼의 재능을 천부적으로 타고난 작가임에는 확실하다. 찜찜한 것과 상관없이(또는 찜찜해질 것과 상관없이) 독자가 이야기의 끝까지 가고 싶어지고 가게끔 하는 재능.

<일의 기쁨과 슬픔>
그 다음 선택으로 무척 탁월했다. 읽는 내내 증말 산뜻하다고 느꼈는데 해설에도, 추천하는 말에도 산뜻하다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월급을 포인트로 받는 이야기는 하도 그럴 법하다고 느꼈는지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내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는데 여기가 원전이었구나. 현실적이고 사소하고 복합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중견 작가와 신인 작가의 차이인가, 이런 산뜻함... 싶어서 괜히 서글펐다.

<아몬드>
이건 우리 연구반 학생들이 재밌다고 몇 명이나 겹쳐 말해서 교양 차원에서 한번 읽어놓아 볼까 했는데 마지막에 읽은 이 책이 제일 재미있었다. 이야기에는 피도 많이 나오지만 임신 중에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ㅋㅋㅋ 역시 뻔한 게 제일이다. 제일이라고 느끼는 순간에는 더 이상 뻔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오래된 뻔한 가치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번외: 오늘 들은 음악
어렸을 때 엄마가(아님 아빠가?) 틀어놓던 테이프 중에 <낭만적 소품>이란 플루트 연주 음반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본인 플루티스트가 낸 음반이었지 싶은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표지에 플루트를 든 동양인 여자가 있고 노란 테두리가 둘려 있었던 것 같다. 거기서 들은 어떤 음악 하나가 불현듯 듣고 싶어졌는데 제목은 몰랐지만 다행히 너무나 유명한 곡인 걸 알고 있었고 검색창에 ’도미솔도미솔도미‘라고 치니 바로 나왔다. 바흐의 프렐류드 1번. 그 다음 스텝이 의외로 생각보다 어려웠는데 유튜브에는 피아노 혼자, 아님 플루트 혼자 연주하는 영상만 많고 내가 찾는 버전은 잘 나오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이 영상이 떴는데 하필 누르자마자 버퍼링 때문에 플레이가 안 되었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이건 꼭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몇 번 시도한 끝에 들어보니 이게 맞네. 연습실에서 연주한 걸 올린 영상이라 더 좋은 것 같다. 아몬드 읽는 내내 틀어놨는데 결론적으로 내 유년 시절 경험의 결하고도 궤가 맞아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https://youtu.be/zuFd6EP2bYI?si=Zb7TOqUN4Y9FXu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