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생

치과 가기, 달걀 굽기

haemka 2019. 7. 29. 14:34

(옮겨 심는 중: 2019. 7. 10. 오전 10시 45분-11시 20분쯤 쓴 글)

 

뭔가를 정해놓으면 얽매이면서 하지 않는 게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나의 약점이다.. 하핳 매일 안 써도 된다고 하고 싶지만 “일일일O” form이 주는 압박과 숫자의 압박이 있지만 그래도 어차피 이미 매일 안 썼도다.

 

그저께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오래된 친구를 만나 하루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으므로 통째로 생산적이었다고 일단 퉁을 쳐두고... 이렇게 안 하면 역시 압박이 된다 이 말씀이야.

 

여기까지 핸드폰으로 쓰고... 사실은 실업급여 4차 방문을 앞두고 (내가 좋아하게 된) 구로디지털단지 스타벅스 창가 자리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아주 호다닥 일일일생을 쓰고 가려 했는데 노트북을 켜보니 상태 표시줄(?)도 이상하고 키보드도 안 먹히고 하여튼 전반적으로 뭔가 안 되고 있었다. 나는 너무 용감하게 얼마 전에 (나보다 좀 더 전문적인) 이용진의 검토도 없이 노트북을 공장 초기화해버렸으므로 그 때문인가?? 왜 그랬지.. 아 역시..그리고 핸드폰으로 의식의 흐름 따라 긴 글 쓰기 힘든데.. (안 써도 됨에도 불구하고 ㅋㅋ)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시작을 해보아도 안 되었지만 포기하고 다시 '업데이트하고 다시 시작'을 누른 후 핸드폰으로 쓰다 보니 노트북이 돌아왔다. 휴우 다행이야. 노트북이 멀쩡하고 핸드폰으로 긴 글을 안 써도 되어서 좋았다.

 

아직 어제의 생산적인 일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20분 후면 나가야 하는 이런 시간이 되었다. 나는 언제나 쓸데없는 말이 길어.. 사실 쓸데없다기보다 그런 뭔가 그닥 의미없는 듯한 말들을 쭉 읽어봐야지만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파악이 대강 되지만.. 애니웨이.. 어제는 오후 3시 30분까지는 생산성이 없는 - 내가 일일일생을 다짐하게 만든 - 2019년 4월부터 나의 디폴트 상태 - 침대에 누워서 낮잠을 자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유튜브를 틀어놓고 게임을 하거나.ㅋㅋ 바로 그 상태였다. 하루에 하나 생산적인 일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저께의 엄청난 통째로 생산적인 일과 때문에 피곤하기도 했던 거 같고 어제 부과되어 있었던 생산적인 일이 치과 가기였기에... 나도 모르게 치과 가기를 지연시키고 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연 하니 생각나는 나만 웃긴 일: 이용진이랑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용진이 바로 안 해줘서 아니 왜 나의 부탁을 거부해?! 라고 하니 거부가 아니라 지연이야.. 그래서 빵 터지고 이용진이 너무 좋다고 느껴졌지만 역시 나만 웃긴 일이야ㅋㅋ 나만 웃기니까 이용진이랑 나랑 결혼한 것이다 하핳 그래도 탈맥락+텍스트화의 영향도 있다고 하고 싶다)

 

여튼 1월에 학교 병원 치과에 가서 문제를 진단받고 예약까지 잡았지만 큰 대학 병원의 뭔가 기계적인.. 그런 느낌과.. 그들이 바빠서 연락이 잘 안 됨.. 그리고 다들 큰 문제로 오는데 나의 문제는 뭔가 작아서 좀 약간 그런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약을 덜컥 잡았다만 치료비가 내 기준 으마으마하게 많이 들어서 마음이 불편하던 차에 그들이 먼저 전화해서 내가 예약한 날짜에 미안하지만 치료가 어렵다 해서 잘됐다!! 하고 취소해 버리니 그들도 오히려 좀 후련해하던 것은 진료 날짜를 조율하는 것보다 캔슬하는 게 더 편안해서일 것이야. 나는 마치 나가기 귀찮았던 약속을 상대방이 먼저 취소해준 듯한 기분좋음을 느꼈다. 그렇지만 독일 가기 전에 이걸 어떻게든 치료를 해야 하는 것과 그 전에 우선 일상생활의 다소간의 불편함이 있기에 반 년이 지나고서야 동네 치과.. 이 동네 토박이 친구들이 좋다고 한 치과에 갔는데 작았지만 친절하고 상담도 잘 해주셨다. 그리고 치료해야 할 이의 개수가 늘어난 듯하지만 전반적인 가격은 조금 더 저렴.. 그래봤자 여전히 내 기준 으마으마하지만 여튼 그랬다는 것입니다. 보험과 비보험의 차이가 큰데 병원에서도 비보험을 추천하고 싶다 하고 내 마음 속에서도 역시 좀 더 내구성있는 것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엄마아빠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용진도 비보험으로 해요~ 장기적으로 봐야죠.. 라고 해서 뭔가 남편의 든든함을 느끼고 그래서 어제의 생산적인 치과 방문은 오늘의 생산적인 치과 예약으로 이어졌네.. 통증이 별로 없을 것이고 바로 밥도 먹을 수 있고 마취도 아주 조금 하거나 안 하신다고(! 으 근데 해주셨으면) 하시지만 역시 치과는 무서운 곳인 듯하다. 전에 riss에서 어쩌다 찾아봤는지 모르겠는데 치과 공포를 경감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들도 여러 편 있는 것을 보았다.. 흐어...

 

3시 30분 넘어서 씻고 치과에 간 것은 5시 30분이 퇴근 시간이고 6시에는 나올 수 있고(어제 기준) 30분 안에 집에 도착하는 이용진과 집에서 저녁을 먹기 위함이었다... 근데 이용진이랑 먹을 저녁을 차리는 건 뭔가 일상이기도 하고 나도 재밌어서 그닥 생산적이라고 여겨지지가 않네. 응?? 내 마음 속 생산적이다의 기준은 하기 싫은 일을 해치운다는 측면이 다소 있는 것인가. 그런 것 같다 ㅋㅋ 그래 역시 뭔가를 정해두고 그거에 대해 생각하면 이런저런 좋은 부스러기 생각들을 많이 할 수 있어... 여튼 그래서 이용진과 비빔냉면을 해 먹고 역시나 우리 둘 다 침대에 누워서 무엇이든 물어보살을 틀어놓고 놀다가 피곤한 이용진은 스르륵 잠이 들었는데.. 누워 놀 때였나? 밥 먹을 때였나? 이용진이 그냥 팩트를 전달하는 측면에서(정말임) 자기 동기는 항상 아침에 달걀을 싸와서 먹고 자기도 아침에 편의점에서 달걀을 사먹었다고 말했는데... 뭔가 짠하면서 ㅠ.ㅠ 이보게 집에서 놀고 있는 아내가 있고 편의점 계란은 너무 비싸고 동기가 싸온 달걀이 부럽지 않도록 나도 뭔가 해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었는데 누워서 이용진이랑 각자 핸드폰하는 게 너무 편해서 ㅋㅋ 생각만 들고 미루고 있다가 이용진이 스르륵 잠들고... 11시쯤 이용진이 깨어나서 사소하고 재밌는 얘기 좀 하다가.. 11시 30분쯤에 드디어 달걀 6개를 밥솥에 넣고 소금물을 넣고 만능찜 60분을 맞추어 놓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전에 달걀을 실온에 꺼내놓는 약간의 정성과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달걀이 다 될 때까지도 이용진이랑 놀고 있었으므로.. 달걀을 꺼내놓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고 오늘 아침에 이용진이 겉은 단단하고 금이 좀 가 있고 껍데기가 잘 까지고 속은 갈색으로 구워지고 약간 짭쪼름하고 맛있는 달걀 2개를 비닐에 넣어서 가져간 것이 행복하고 나도 달걀 2개를 아침으로 먹었지만 여기 오면서 버거킹에 쪼르르 들러 너겟 8개를 먹어치운 것.. 이래서 내가 돈도 못 모으고 더욱 살이 찌는 거야.. 그렇지만 내일 아침에 이용진에게 줄 달걀 2개 더가 냉장고에 들어 있어서 좋당^.^ 내일까지 주고 좀 안 질린다고 하면 더 만들어주는 건 너무 쉽지. 질린다고 하면 뭔가 또 다른 것을 구상할 것이야. 아침을 챙겨주는 건 너무 졸리고 재료도 마땅치 않고 아침이 되어서야 '아! 아침 주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아침 준비는 내 기준 생산적인 일이 확실하다. 그리고 챙겨주고 나면 기분이 좋고 행복하니까 ㅎㅎ 자 이제 나는 고용센터로 가야겠다! 아주 알찬 글쓰기 시간이었어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