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보짓(도 아니지만)을 두려워 말기

haemka 2019. 9. 5. 23:58

버스 맨 앞자리에 타서 시내로 가고 있는데 해맑게 생긴 동양인 청년이 버스에 타더니 대뜸 기사 아저씨에게 5유로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그걸 본 나는 이보게 청년... 동전을 가지지 못한 자는 이 버스를 탈 자격이 없네.... 저쪽 자판기로 가시게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기사 아저씨가 자판기로 가서 11번 버튼을 누르라고 말했지만 그 청년... 독일어를 못 알아듣는 듯했다... 아저씨가 다시 운행을 시작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말해주고 있는데 역시나 못 알아듣는 듯했고 그러자 자판기 근처에 앉은 친절해 보이는 승객 한 분이 다가가 영어로 ‘당신 어디로 가는 건가요~ 여기 11번 눌러요 그리고 돈 넣어요 동전밖에 안 돼요’라고 하자 여전히 해맑은 그 청년이 너무 고맙다고! 근데 자기 동전 없다고!!! 하자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어 동전을 찾고 있었는데 벌써 또 다른 승객이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바꿔주고 있었다.. 하핳 그는 고맙다고 고맙다고 하고 무사히 Nonnenhaus까지 갔고 나에겐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달까. 외국 생활 낯설기 때문에 어리바리할 수도 있는 게 당연하고 심지어!! 여기 사는 사람들도 막 얼타던데!!!!! 나는 바보짓하고 헤매고 물어보고 잘 모르겠고 당황하고 이런 걸 너무 경계하는 게 아닌가. 예컨대 은행 계좌 만드는 법???? 구글 검색 네이버 검색 그리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캡처 캡처 캡처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덕분에 오늘 아침 내 계좌 개설을 도와준 안톤 슈미트 씨는 계좌 개설하러 온 고객 중에 세금 번호까지 다 갖춰가지고 온 사람 처음이라며 좋아했지만... 쨌든 우리 해맑은 청년을 보며 사실 내가 생각하는 바보짓이란 그닥 바보짓도 아니니 너무 두려워 말고 일단 이것저것 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은 모름지기 인상이 좋아야 한다는 부수적 교훈을 획득.ㅋㅋㅋㅋ 참 그 청년 얼마나 해맑고 생글생글 웃고 인사도 잘하던지 내 지갑이 다 열릴 지경이었다. 하핳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