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distance 16일 전
우린 이미 1년 동안 쌩으로 떨어져 본 적이 있다. 만난 지 3년하고 열흘 뒤 난 독일로 떠났다가 만 1년을 3일 남기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간 이용진은 공부도 하고 교회도 가고 예능 프로를 잔뜩 담은 외장하드랑 고춧가루랑 다시다를 택배로 부치기도 하고 나랑 싸우기도 했다가... 풀기도 하고.... 1년만에 만나고서는 이제 이렇게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안 되겠다고 했지만 난 다음 주에 다시 독일로 간다. 달라진 건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났다는 점, 그래도 방학 때마다 한국에 들어올 생각이니 떨어져있는 텀은 그나마 줄어들었다는 점, 이용진의 지위가 공부하는 남친에서 일하는 남편으로 변화(격상ㅋ)되었다는 점, 그래서 이용진이 여름 휴가를 독일행에 몰빵하여 주말 포함 7일의 여유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 근데 독일은 너무 멀어 실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4일 하고 반나절 정도.. 그래도 같이 갈 수 있는 게 어디야... 근데 혹시 인천공항에서보다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헤어지는 거 더 슬픈 거 아니야?????? 라는 걱정과 함께.... 후아 다시 독일행을 결심할 수 있었던 건 이용진이 한입으로 두말해주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있는 건 안 좋지만 독일에 있을 때의 내가 행복해 보였다며..... 뭘하든 어렵게 결정하는 내가 적극적으로 뭔가 하려 하는 모습을 거의 처음 본 거 같다나. 그래서 결혼한 지 1년도 안 되어 다시 우린 떨어지게 되었고... 독일에 가기로 정했기 때문에 빠르게 결혼할 수 있었던 거지만.... 시한부 신혼이 생각보다도 더 행복한 관계로 난 이제 와서 독일 가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1년도 더 전에 결정했을 때는 나 독일 언제 가나 왜케 많이 남았나 싶었는데 막상 다가오기 시작하니 정말 무서울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구먼. 모래시계처럼 처음엔 천천히 빠져나가는 듯싶더니 이젠 걷잡을 수 없이 후두두둑 흘러나간다. 흐어어ㅜㅜ